1편 말미에 우리는 중요한 질문들을 남겨두었습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과연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회사를 운영할 자금은 충분한가?’,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위험은 없는가?’ 1편의 기대감을 잠시 내려놓고, 이제는 투자자로서 가장 중요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간입니다. 📉
2부에서는 재무제표의 차가운 숫자들과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통해 루시드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쳐 볼 것입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의 무게를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1편을 통해 루시드의 ‘꿈’을 보셨다면, 2편을 통해 그 꿈을 지탱하는 ‘현실’의 기반이 얼마나 단단한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
재무제표 속 숨은 진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매출은 늘었지만, 지갑은 비어간다 💸
루시드의 최근 실적 발표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가 보입니다. 차량 인도량이 꾸준히 늘면서 분기 매출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3분기 약 2,76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5년 2분기 약 3,580억 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는 분명 회사가 차량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한 꺼풀 더 벗겨보면 심각한 문제가 드러납니다. 바로 ‘수익성’입니다.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손실이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죠. 2024년 3분기 순손실은 약 1조 3,697억 원(EPS $-0.41), 2024년 4분기는 약 8,789억 원(EPS $-0.22), 2025년 1분기는 약 5,053억 원(EPS $-0.24)에 이어, 2025년 2분기에는 약 7,444억 원(EPS $-0.28)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매출 총이익(Gross Profit)’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라는 점입니다. 이는 차량 판매 가격보다 차량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매출원가(Cost of Revenue)’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5년 2분기에는 약 3,58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매출원가로 무려 약 7,339억 원을 지출하며 매출 총손실만 약 3,75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1,000원짜리 커피를 팔기 위해 원두, 컵, 인건비 등으로 1,500원을 쓰는 것과 같습니다. 커피를 한 잔 팔 때마다 500원의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죠. 루시드는 지금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순수하게 ‘제조 원가’만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차를 많이 팔수록 오히려 손실의 절대적인 규모는 더 커지는 ‘성장의 덫’에 빠지게 됩니다.

위태로운 현금 곳간과 불어나는 빚 🤔
수익성 악화는 곧바로 현금 흐름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2025년 2분기 한 분기에만 무려 마이너스 10억 1,29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소진했습니다.
회사의 현금 흐름을 개인의 월급 통장에 비유해 봅시다. 월급(매출)이 들어와도 카드값, 대출이자, 생활비(운영비용, 설비투자)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서 매달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바로 ‘현금 소진(Cash Burn)’입니다. 루시드는 매 분기마다 조 단위의 현금을 태우고 있으며, 이 속도라면 아무리 큰 현금 보유고도 금방 바닥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부족한 현금을 메우기 위해 회사는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부채 증가로 이어집니다.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Debt-to-Equity Ratio)’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말 76%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49%로 치솟았고, 2025년 6월 말에는 268%까지 급등했습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통상 위험 신호로 간주하는데, 루시드는 이 기준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는 회사가 자기자본보다 빌린 돈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향후 금리 인상 시 재무적 압박이 더욱 심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내부자들의 속마음과 보이지 않는 손: 누가 팔고, 누가 베팅하는가? 🤔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내부자가 주식을 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파는 데에는 단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내부자들의 움직임은 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창입니다.
경영진은 알고 있다? 내부자 거래의 시그널 🤫
지난 12개월간 루시드의 내부자 거래를 보면, 총 22건의 매수와 19건의 매도가 있었습니다. 거래된 주식 수를 보면 매수된 주식이 약 4억 7백만 주에 달하는 반면, 매도된 주식은 약 3백만 주에 불과합니다. 이는 압도적인 매수 우위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이 막대한 규모의 ‘매수’는 대부분 루시드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유상증자나 사모펀드 참여를 통해 자금을 수혈해준 것입니다. 이는 회사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지원에 가깝습니다.
반면, 회사를 이끌었던 전 CEO 피터 롤린슨을 포함한 경영진들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부여에 따른 세금 납부를 위해 정기적으로 주식을 매도해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포함한 핵심 경영진들이 자기 돈으로 주식을 대량 매수하는 ‘적극적인 신뢰의 표현’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배의 선장과 주요 항해사들이 자기 돈으로 배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지 않고, 오히려 월급으로 받은 지분을 조금씩 팔고 있는 셈입니다.

공매도와의 전쟁: 숏스퀴즈는 기회일까, 덫일까? 💥
시장의 비관적인 시선은 높은 공매도 비율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2025년 8월 기준, 루시드의 공매도 물량은 유통 주식 수의 약 29%에 달하는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6개월간 공매도 수량을 보면, 2025년 3월부터 8월까지 매월 3억 주가 훌쩍 넘는 막대한 물량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투자자들이 루시드의 근본적인 수익성 문제와 막대한 현금 소진을 근거로 주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렇게 높은 공매도 비율을 ‘숏스퀴즈(Short Squeeze)’의 기회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도박입니다. 숏스퀴즈는 펀더멘털과 무관한 수급 현상이기 때문에, 설사 발생하더라도 그 상승세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매도를 유발했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주가는 다시 본래 가치로 회귀할 위험이 큽니다.
계속되는 자금 조달, 주주가치는 어디로?
막대한 현금 소진을 감당하기 위해 루시드는 끊임없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습니다. 지난 2년간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75억 달러(약 10조 원) 이상에 달합니다. 이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기존 주주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주주가치 희석’ 과정이었습니다.
당신이 피자 한 판의 4분의 1조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피자가게 주인이 돈이 더 필요해서, 피자를 8조각으로 잘라 남은 조각들을 새로 온 손님들에게 팔았습니다. 이제 당신이 가진 조각의 크기는 전체 피자의 8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루시드는 생존을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주식(피자 조각)을 발행하고 있고, 그럴 때마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희석되고 있습니다.

주가 급락의 진원지를 찾아서: 우리가 몰랐던 리스크들 ⚠️
최근 루시드의 주가는 여러 악재가 겹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2025년 2분기 실적이 시장의 주당순이익(EPS)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고, 스티펠(Stifel),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등 다수의 기관은 ‘보유(Hold)’ 또는 ‘중립(Neutral)’ 의견을 제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8월 말 단행한 10대 1 비율의 주식 병합(Reverse Stock Split)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회사는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이를 ‘경영진이 주가를 자연적으로 부양할 자신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주가는 오히려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핵심 리스크 요약 🚨
지금까지의 분석을 종합해 볼 때, 루시드 투자자가 반드시 인지해야 할 핵심 리스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수익성 증명 실패 리스크: 차량 한 대를 팔 때마다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 지속적인 현금 소진 및 주주가치 희석 리스크: 매 분기 조 단위의 현금을 소진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계속 희석될 것입니다.
- 생산 및 실행 리스크: 신차 ‘그래비티’의 성공적인 대량 생산 여부가 회사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 치열한 경쟁 심화 리스크: 테슬라뿐만 아니라 벤츠, BMW 등 전통적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 핵심 후원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 리스크: 회사의 재무적 생존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지속적인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PIF의 전략이 바뀔 경우, 루시드는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결론: 혁신의 대가와 투자의 무게 ⚖️
1편에서 우리는 루시드의 잠재력에 열광했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터리 기술, 럭셔리 시장을 정조준한 브랜드 포지셔닝,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혁신가의 담대한 꿈. 이는 루시드 투자의 ‘기회’ 요인입니다.
그러나 2편에서 우리는 그 꿈의 대가를 확인했습니다.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손해를 보는 수익 구조, 매 분기 조 단위로 태워버리는 현금, 주주들의 희생으로 연명하는 자금 조달, 그리고 시장의 불신이 담긴 각종 경고 신호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리스크’입니다.
결국 루시드에 대한 투자는 ‘혁신 기술의 미래 가치’와 ‘현재의 재무적 생존 가능성’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입니다.
모든 데이터와 분석은 이제 당신 앞에 놓여있습니다. 당신은 루시드가 스타트업의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 약속의 땅에 도달할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 믿으십니까? 아니면 화려한 기술력을 뽐내다 재무적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져 간 수많은 기술주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보십니까? 그 대답에 따라, 당신의 돈이 혁신에 대한 위대한 투자가 될 수도, 혹은 값비싼 수업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종 판단의 무게는 오롯이 투자자 본인의 몫입니다.
출처: Nasdaq, PR Newswire, Macrotrends, Fintel, Zacks Equity Research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