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밋빛 미래, 그 이면의 숫자를 마주할 때
지난 1편에서는 아이리스 에너지(Iris Energy, IREN)가 제시하는 혁신적인 비전의 청사진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발판 삼아, 인공지능(AI)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하려는 야심 찬 계획이었죠.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한 저비용 데이터 센터라는 독보적인 해자를 바탕으로 미래 산업의 심장부를 선점하겠다는 이야기는 많은 투자자의 심장을 뛰게 했습니다. 혹시 1편을 건너뛰셨다면, IREN이 꿈꾸는 미래를 먼저 확인하고 오시는 것이 이번 2편의 깊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눈부신 비전만으로는 성공적인 투자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 이제 우리는 1편의 기대감을 잠시 내려놓고, 냉철한 분석가의 시선으로 돌아가 1편 마지막에 던졌던 질문들을 파고들 시간입니다. “과연 IREN의 재무 상태는 이 거대한 야망을 지탱할 만큼 견고한가?”, “화려한 성장률 이면에 숨겨진 위험은 없는가? 📉”, 그리고 “회사를 가장 잘 아는 내부자들은 과연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가? ⚠️”
이번 2부에서는 IREN의 재무제표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숫자들이 말하는 진실을 파헤치고, 시장의 숨은 참여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며, 우리가 반드시 인지해야 할 리스크들을 낱낱이 점검할 것입니다. 이것은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과정이며,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필수적인 여정입니다. 이제, IREN의 민낯을 마주할 준비를 하십시오.
💸 IREN의 금고를 열다 – 폭발적 성장 속 감춰진 재무의 민낯
모든 기업의 이야기는 결국 숫자로 귀결됩니다. IREN이 그리는 AI 인프라 제국의 비전이 한낱 신기루에 그칠지, 아니면 견고한 현실이 될지는 결국 재무제표라는 성적표가 증명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IREN의 금고를 열고, 폭발적인 성장세 뒤에 가려진 재무 상태의 맨 얼굴을 꼼꼼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매출, 성장의 노래인가 적자의 전주곡인가? 🤔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활력소, 바로 매출과 이익입니다. IREN의 최근 실적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습니다. 매출은 분기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 이면의 수익성은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 2025 회계연도 1분기 (2024년 9월 30일 마감): 매출 약 713억 원($52.8M), 하지만 순손실은 무려 698억 원($51.7M)에 달했습니다. 성장을 위한 투자가 수익성을 압도하는 전형적인 성장주의 모습입니다.
- 2025 회계연도 2분기 (2024년 12월 31일 마감): 매출이 약 1,569억 원($116.2M)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약 255억 원($18.9M)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 2025 회계연도 3분기 (2025년 3월 31일 마감): 매출 약 1,955억 원($144.8M), 순이익 약 327억 원($24.2M)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 2025 회계연도 4분기 (2025년 6월 30일 마감): 매출 약 2,529억 원($187.3M), 순이익은 무려 2,388억 원($176.9M)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에 환호하기 전, 냉정하게 두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첫째, ‘AI 내러티브와 재무 현실의 괴리’입니다. 4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약 96% 이상은 여전히 변동성 높은 비트코인 채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AI 클라우드 매출은 아직 4% 미만입니다. 현재 주가는 ‘미래의 약속’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셈입니다. 둘째, ‘4분기 이익의 착시 효과’입니다. 매출이 2,529억 원인데 순이익이 2,388억 원이라는 것은, 자산 재평가 같은 일회성, 비영업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입니다. 이는 마치 평범한 직장인이 연봉을 보고하면서 로또 당첨금을 포함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복될 수 없는 이익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본질적인 수익성이 개선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재무 건전성, 모래 위에 지은 성인가? 😫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IREN은 AI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있느냐입니다. 2025년 6월, IREN은 약 7,425억 원($550M)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환사채 총액은 약 1조 3,000억 원($962.8M)에 달합니다. ‘전환사채’란 평소에는 채권이지만,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붙은 부채입니다. 이는 당장의 이자 부담과 더불어, 미래에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현금 흐름입니다. 기업의 진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25 회계연도 기준, 마이너스 4,266억 원($-316M)이라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태우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결국 IREN은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거액의 대출을 받아 최신식 공장을 짓고, 완공되는 날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서 물건을 사주기만을 바라는 상황과 같습니다. 만약 데이터 센터 완공이 지연되거나 AI 시장의 열기가 식어 고객 확보에 실패한다면, 이 모든 투자는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 내부자들은 알고 있다 – 그들의 지갑과 공매도의 칼날
“내부자가 팔고 있다면, 당신은 왜 사고 있는가?”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의 말입니다. 기업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의 움직임은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나침반이 됩니다. 그들의 돈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내부자 및 기관 동향: 배를 채우는가, 탈출하는가? 💼
놀랍게도, 지난 12개월 동안 IREN의 내부자들은 시장에 내다 판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습니다. 물론 최근의 주식 취득은 현금 매수가 아닌 보상 형태였지만,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차익 실현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입니다. 특히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로버츠 형제는 막대한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며 회사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욱 강력한 신호는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입니다. IREN의 기관 투자자 지분율은 약 59%에 달하며, 최근 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Fidelity)를 비롯한 거대 기관들이 수천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이는 막대한 리서치 인력을 운용하는 ‘스마트 머니’가 IREN의 재무적 리스크를 검토하고도, AI 사업의 잠재적 성공 가치가 그 위험을 상쇄한다고 판단하여 베팅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공매도와의 전쟁: 숏스퀴즈는 기회일까, 덫일까? 📉
하지만 시장의 모든 참여자가 IREN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9월 기준, IREN의 유통 주식 수 대비 공매도 비중은 11.46%라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기법으로, 즉 시장의 상당수가 IREN의 주가가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공매도 비중이 높은 주식은 종종 ‘숏스퀴즈(Short Squeeze)’의 후보가 되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한 호재로 주가가 급등할 때, 손실을 줄이려는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사서 갚으면서 주가 상승에 기름을 붓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숏스퀴즈 가능성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높은 공매도 비율은 그 자체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확신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막대한 현금 소진, 높은 밸류에이션 등)가 존재한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자금 조달의 그림자: 주주가치 희석의 가능성
성장 기업의 숙명과도 같은 리스크, 바로 ‘주주가치 희석’입니다. IREN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게 됩니다. IREN은 지난 1년간 신주 발행 등으로 전체 주식 수가 43.6%나 증가하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상당 부분 희석되었습니다. 이는 피자 조각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원래 4조각이던 피자의 한 조각을 가졌는데, 가게가 피자를 8조각으로 다시 잘라 새 투자자에게 4조각을 주면, 당신의 몫은 전체의 1/4에서 1/8로 줄어듭니다. IREN 투자자에게 희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회사가 희석의 효과를 뛰어넘을 만큼 전체 피자의 크기를 키울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 폭풍 전야 – IREN의 주가를 뒤흔드는 리스크 총점검
지금까지 IREN의 재무 상태와 시장의 신호들을 통해 잠재된 위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리스크들을 한눈에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로 항해를 떠나기 전, 구명조끼를 점검하는 것과 같은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월스트리트의 경고: 엇갈리는 애널리스트의 시선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IREN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투자은행이 ‘매수’ 의견과 높은 목표 주가를 제시하며 AI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JP모건이 2025년 7월 28일, IREN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Hold)’로 하향 조정한 것입니다. 이는 IREN의 장기 스토리는 유효할 수 있지만, 현재 주가는 단기적인 위험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쉬운 돈은 이미 벌었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지금부터는 훨씬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교차로에 선 IREN, 당신의 선택은?
1부와 2부에 걸친 긴 여정을 통해 우리는 아이리스 에너지(IREN)라는 기업의 두 얼굴을 모두 마주했습니다. 한쪽 얼굴에는 AI 인프라 혁명의 최전선에 서려는 야심 찬 비전이 빛나고 있습니다. 저비용 재생 에너지 기반 데이터 센터, NVIDIA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은 IREN을 매력적인 성장주로 보이게 합니다.
하지만 다른 쪽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막대한 현금 소진과 부채, 거대 프로젝트에 내재된 심각한 실행 리스크, 그리고 주주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성장 모델은 금방이라도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IREN은 변동성 높은 비트코인 채굴 사업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상당한 재무적, 실행적 리스크의 기반 위에 세워진, AI 인프라 혁명의 잠재적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데이터가 당신 앞에 놓여있습니다. IREN의 장밋빛 비전에 담긴 리스크를 감수하고 미래에 베팅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재무제표의 경고를 듣고 안전한 길을 택하시겠습니까? 그 선택은 오롯이 당신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