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GO 실적 발표 심층 분석(2부)

환호가 잦아든 후, 진짜 질문이 시작된다 🧐

1부에서는 브로드컴(Broadcom)이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 어떻게 기록적인 3분기 실적을 만들어냈는지, 그 화려한 축제의 현장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시장은 열광했고, 주가는 새로운 고점을 향해 질주했죠. 맞춤형 AI 가속기(XPU)라는 강력한 무기로 기존 강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브로드컴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투자자라면 축포 소리가 잦아든 후에야 비로소 진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 1부에서 우리가 화려한 불꽃놀이를 즐겼다면, 이제 2부에서는 그 불꽃놀이에 들어간 비용과 남은 잔해를 꼼꼼히 살펴보려 합니다.

이제 우리는 흥분은 잠시 내려놓고, 냉철한 분석가의 돋보기를 꺼내 들 시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1부 마지막에 던졌던, 그러나 시장의 환호성 속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던 본질적인 질문들을 파고들 것입니다. 📉 경영진이 제시한 미래 가이던스(실적 전망)는 정말 달성 가능한가? 그들의 자신감 뒤에 숨겨진 가정은 무엇인가? 화려한 실적 이면에 숨겨진 재무적 부담이나 잠재적 비용 문제는 없는가? ⚠️ 모두가 ‘매수’를 외칠 때, 신중론을 펼치는 소수의 목소리는 어떤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브로드컴의 진정한 가치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1편을 읽고 오셨다면 이번 분석의 깊이를 제대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약속과 함정: 재무제표 샅샅이 파헤치기

💸 가이던스 이면의 진실: 경영진의 약속 vs. 월가의 계산기

브로드컴 경영진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매우 자신감 넘치는 미래 전망, 즉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4분기 예상 매출은 약 174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24조 3,600억 원)로, 월가의 컨센서스인 170억 5천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AI 반도체 부문 매출이 62억 달러(약 8조 6,8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습니다. 이 장밋빛 전망은 실적 발표 후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혹 탄(Hock Tan) CEO는 네 번째 거물급 맞춤형 AI 칩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이 고객사로부터 이미 100억 달러(약 14조 원)가 넘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고객사가 오픈AI(OpenAI)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브로드컴의 미래 성장 동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즉, 브로드컴이라는 자동차는 이제 AI라는 초강력 엔진을 달고 고속도로에 진입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브로드컴의 ‘이면’을 봐야 합니다. 🤔 혹 탄 CEO는 AI가 아닌(Non-AI) 반도체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이 부문이 “경기 순환의 바닥(cyclical bottom)”에 가까워졌지만, 회복세는 급격한 V자 반등이 아닌, 길고 완만한 ‘U자형 회복(U-shaped recovery)’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시그널입니다. U자형 회복이란, 의미 있는 성장을 다시 보이기까지 상당 기간 동안 지지부진한 침체기를 겪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재 브로드컴은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AI 사업부와,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는 비AI 사업부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이중 속도 기업(Two-Speed Company)’이 된 것입니다. 시장은 AI의 화려함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기업 전체의 안정성은 나머지 절반의 회복 속도에 달려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AVGO 4분기 실적 전망
AVGO 4분기 실적 전망

😫 재무제표 속 ‘빨간불’ 찾기: 성장의 대가는 무엇인가?

화려한 매출 성장과 이익 전망 뒤에는 항상 ‘성장의 대가’가 숨어있기 마련입니다. 브로드컴의 재무제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몇 가지 잠재적 위험 신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수익성’ 문제입니다. 3분기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은 경이로운 수준을 기록했지만, CFO는 4분기 총이익률이 제품 믹스(product mix)의 변화로 인해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는 마치 레스토랑에서 마진이 높은 파스타보다 마진이 낮은 스테이크가 더 많이 팔리면, 총매출은 올라도 전체 이익률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칩(XPU)은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지만, 기존의 다른 제품들만큼 높은 마진을 보장하지는 못할 수 있다는 첫 번째 신호입니다. AI 사업 비중이 커질수록, 회사의 전반적인 수익성 구조가 과거의 정점에서 점차 ‘정상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점검할 것은 ‘재무 건전성’입니다. 브로드컴의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1억 6,600만 달러(약 10조 원)에 달하며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는 회계적 이익이 아닌 ‘진짜 현금’을 벌어들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이며, 브로드컴의 가장 강력한 투자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대차대조표를 보면, 총부채가 663억 달러(약 92조 8,200억 원)에 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채비율(Debt-to-Equity Ratio)은 약 97%로 동종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며, 이는 잠재적인 금융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현재의 현금흐름으로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고도 남지만, 만약 예상치 못한 경기 침체로 현금흐름이 악화될 경우 이 거대한 부채는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고 자산의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3분기 말 재고는 전 분기 대비 8% 증가했습니다. 경영진은 4분기 성장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재고는 양날의 검입니다. 수요 예측이 정확했다면 성장의 발판이 되지만, 만약 예측이 빗나가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재고는 곧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에서는 재고 관리가 기업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합니다. 이는 마치 명절 대목을 앞두고 선물을 잔뜩 준비했지만, 막상 손님이 오지 않아 창고에 그대로 쌓여있는 상황과 같습니다. 그 선물들이 결국 ‘떨이’로 팔려나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죠.

AVGO 재무제표 속 잠재 리스크
AVGO 재무제표 속 잠재 리스크

시장의 다른 목소리: 회의론자와 내부자의 시그널

🧐 ‘매수’ 함성 속 ‘보유’ 속삭임에 귀 기울여라 📉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 이후, 월스트리트는 그야말로 찬사 일색이었습니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유수의 투자은행들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강력 매수’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의 합창 속에서 우리는 신중론을 펼치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웰스파고(Wells Fargo)는 투자의견을 ‘동일 비중(Equal Weight)’, 즉 ‘보유’ 또는 ‘중립’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겉으로는 칭찬하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더 오르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미묘한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투자 정보 업체 잭스(Zacks) 역시 브로드컴에 ‘보유(Hold)’에 해당하는 3등급을 부여하며, AI 성장 스토리는 훌륭하지만 현재 주가에 이미 많은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신중론의 핵심 근거는 바로 ‘밸류에이션 부담’입니다. 브로드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0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각종 가치 평가 지표가 역사적 고점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 이는 시장이 브로드컴의 미래에 대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모든 과목에서 100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되는 학생과 같습니다. 한 과목이라도 90점을 맞는 순간,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망감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만약 AI 수요 증가세가 조금이라도 둔화되거나, 신규 대형 고객사와의 협력 과정에서 작은 차질이라도 발생한다면, 이처럼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주가는 급격한 조정을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신중론자들은 “좋은 기업인 것은 맞지만, 지금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현실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월가의 시선 : 신중론 VS 낙관론 AVGO
월가의 시선 : 신중론 VS 낙관론 AVGO

🤔 내부자는 시장이 사는 것을 팔고 있는가?

기업의 미래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은 바로 그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 즉 ‘내부자’입니다. 그들의 주식 매매 동향은 때로는 수십 페이지짜리 애널리스크 리포트보다 더 강력한 시그널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재 브로드컴의 내부자 거래 내역은 시장의 뜨거운 열기와는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총 16건의 내부자 매도가 있었지만,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사들인 ‘공개 시장 매수(Open Market Buy)’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CEO인 혹 탄을 비롯한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법률책임자(CLO) 등 다른 고위 임원들 역시 꾸준히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매도의 상당수는 사전에 계획된 거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매도량과 그 빈도에 비해, 회사 주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자발적으로 매수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경영진 스스로가 현재 주가 수준을 개인 자산을 현금화하기에 매력적인 구간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강력한 방증일 수 있습니다. 마치 배를 만든 선장이 정작 자신이 만든 배에 타기를 주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만 표를 팔고 있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에서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됩니다. 뱅가드(Vanguard)나 블랙록(BlackRock)과 같은 대형 패시브 펀드들은 지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지만, 자신들의 분석과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들의 움직임은 다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캐피털 그룹(Capital Group) 산하 펀드들은 최근 분기에 보유 주식의 상당량을 매도하며 지분을 줄였습니다.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스마트 머니’의 일부가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현재의 높은 주가 수준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신호입니다.

AVGO 내부자 및 기관 투자자 동향
AVGO 내부자 및 기관 투자자 동향

빛과 그림자의 이중주, 투자자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브로드컴 실적 분석 2부작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기업이 가진 빛과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보았습니다. 1부에서는 AI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며 기록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빛’의 측면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2부에서는 그 강렬한 빛이 만들어낸 짙은 ‘그림자’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성장이 정체된 비AI 사업부, 잠재적인 수익성 둔화 가능성, 역사적 고점에 다다른 밸류에이션 부담,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의 열기와는 상반된 내부자 및 일부 기관들의 차가운 매도 시그널이 바로 그것입니다.

기회는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탄 독점적 항해사’라는 점이며, 위험은 ‘이미 축배를 터뜨린 항해사들이 너무 비싼 값에 표를 팔고 있다’는 점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최종적인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들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성장 스토리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투자자인가, 아니면 가치와 안전마진을 우선하는 투자자인가? 시장의 뜨거운 열광과 기업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의 실제 행동 중, 나는 무엇을 더 신뢰할 것인가? 브로드컴의 AI 엔진이 다른 모든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강력하다고 믿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이번 2부작 시리즈가 여러분께 드리고자 했던 진정한 가치일 것입니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언제나 투자자 자신에게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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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Broadcom Inc. Q3 2025 Earnings Release & Conference Call Transcript
  • Broadcom Inc. SEC Filings (Form 10-Q, Form 4, Form 13F)
  • Morningstar, Zacks Investment Research, Nasdaq, StockStory, PR Newswire 등 투자 정보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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