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도약
분수는 언제나 위를 향해 솟아오른다. 그러나 그 오름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 물줄기는 한순간의 최고점을 찍고, 중력의 부름에 이끌려 다시 내려온다. 그 궤적 속에서 나는 삶의 은유를 본다. 누구나 더 높이 오르고자 발버둥치지만, 결국 모든 상승은 하강의 그림자를 동반한다. 그렇다고 분수가 허무한가? 아니다. 그 오름은 순간적일지라도, 그 찰나의 곡선이 주는 빛과 소리, 그리고 시원한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분수는 단지 목표의 높이를 위해 솟는 것이 아니라, 솟구치는 행위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를 증명한다.

반복되는 탄생과 소멸
분수의 리듬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하나의 순환적 호흡을 듣는 것 같다. 솟구침과 흩어짐, 모이고 흩어지는 물방울의 끊임없는 되풀이. 그것은 일종의 생멸(生滅)의 리듬이다. 우리도 하루마다 태어나고 죽는다. 잠들 때 죽음을 예행연습하듯, 깨어날 때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분수의 물은 매 순간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다만 모양과 형태만 바뀔 뿐이다. 존재란 그와 같지 않을까.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며 남아 있는 것.
흩어짐의 미학
분수의 물방울은 정점에 이르면 흩어진다. 직선적 오름의 끝은 곧 산산이 흩어지는 곡선이다. 그 흩어짐은 무너짐이 아니라,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햇빛을 받아 무지개가 생기기도 하고, 공기 속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나는 그 장면에서 한 가지 깨닫는다. 우리의 삶도 가장 치열하게 달려온 순간, 결국은 흩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 흩어짐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잠깐의 시원한 바람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빛나는 추억으로 남는다. 흩어진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자리로 확산되는 일이다.
소리의 철학
분수를 멀리서 바라보면 물방울이 흩어지며 만들어내는 일정한 소리가 들린다. 작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의 울림. 그것은 규칙적이면서도 자유롭다. 나는 그 소리를 듣다가 문득 ‘내 안의 소리’를 떠올린다. 우리는 평생 수많은 말을 하며 살지만, 정작 자신에게 가장 진실한 소리는 침묵 속에서만 들린다. 분수의 소리도 결국은 물이 바닥과 부딪히며 만들어낸 결과다. 내면의 울림 또한 고통이나 충돌을 겪지 않고는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분수의 물방울처럼, 우리는 부서져야만 제 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인지 모른다.
중심으로부터 솟아나는 힘
분수의 시작은 언제나 중심이다. 지면 아래에서 보이지 않던 압력이 한순간 위로 분출된다. 만약 압력이 없었다면, 솟아오름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삶도 이와 같다. 내면에 응축된 침묵과 고통, 열망과 기다림이 없었다면, 우리는 단 한순간도 제대로 도약할 수 없을 것이다. 분수는 화려한 곡선의 외양보다도, 보이지 않는 중심의 힘이 본질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이, 그곳에서 솟아나는 힘.
분수와 인간의 시간
분수는 낮에는 빛을 반사해 눈부시게 빛나고, 밤에는 인공 조명에 의해 또 다른 색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늘 한정된 시간 속에서만 유지된다. 꺼지면 단순한 웅덩이에 불과하다. 우리는 늘 화려한 순간만을 기억하려 하지만, 사실 분수의 본질은 꺼져 있는 시간에 있다. 에너지를 모으고, 다시 솟아오르기 위해 고요히 준비하는 시간. 인간의 삶도 화려한 무대보다 무명의 시간, 드러나지 않는 기다림의 시간이 훨씬 길다. 그러나 그 시간이 있기에 잠깐의 빛남이 가능하다. 분수는 그 사실을 잔잔히 증언한다.
흘러감과 머묾 사이
분수는 흘러가는 동시에 머문다. 물방울은 흩어져 흘러가지만, 전체의 형식은 늘 그 자리에 머문다. 그것은 존재의 이중성이다. 우리는 늘 어디론가 흘러가면서도, 사실은 하나의 동일한 틀 안에 갇혀 있다. 나의 하루는 흘러가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리듬을 반복한다. 분수는 그 모순을 드러내면서도, 그 모순 속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흐름과 반복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사실. 그것은 삶을 조금 덜 조급하게 바라보게 한다.
분수 앞에서 배우는 겸손
분수는 결코 하늘을 점령하지 않는다. 아무리 높이 솟아도 중력 앞에서 제 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그 겸손이야말로 분수의 진정한 철학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계를 알면서도 도전해야 하고, 도전하면서도 언제나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한다. 분수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네가 아무리 솟아올라도, 언젠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돌아감이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기억하라.”
솟구치며 흩어지는 존재의 방식
나는 종종 분수 앞에 서서 긴 시간을 보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부터 솟구쳐 오르고, 빛에 부서져 흩어지며, 다시 땅으로 돌아오는 그 무수한 물방울들. 그 장엄하면서도 덧없는 반복 속에서 나는 삶의 본질을 본다. 우리는 모두 분수처럼 잠깐 솟았다가 흩어질 존재다. 그러나 그 순간의 곡선이 누군가에게 시원한 숨결이 되고, 반짝이는 빛이 된다면, 우리의 존재는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분수는 끝내 하늘을 차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실패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