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우리는 오라클(Oracle)이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서사를 함께 지켜봤습니다. 4,550억 달러(약 628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잔여이행의무(RPO), 즉 수주 잔고가 폭증하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죠. AI 클라우드 계약이 폭발하며 주가는 환호했고, 오라클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legacy) 기업이 아닌, 미래 성장주로 완벽하게 탈바꿈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 축제는 짧고, 냉정한 분석의 시간은 깁니다. 선배로서 조언하자면, 가장 뜨거운 환호성이 들릴 때가 바로 가장 차가운 이성으로 돌아와야 할 순간입니다. 1부의 흥분이 가라앉은 지금, 우리는 돋보기를 들고 그 화려한 서사 이면에 숨겨진 숫자들을 낱낱이 파헤쳐야 합니다. 이번 2부에서는 1부 마지막에 던졌던 질문들의 답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과연 경영진이 제시한 미래 청사진(가이던스)은 이 폭발적인 성장을 온전히 뒷받침하고 있는가? ⚠️ 화려한 실적 발표 자료의 행간에는 어떤 비용 문제나 재무적 리스크가 숨어있지는 않은가? 왜 월가의 일부 노련한 분석가들과 내부자들은 이 축제에 동참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 있는가?
1부의 ‘기대감’을 읽고 오셨다면, 이제 2부의 ‘현실’을 마주할 준비를 하십시오. 이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오라클이라는 거인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가이던스와 재무제표: 약속의 무게와 현실의 그림자 📉💸
경영진의 청사진 vs. 월가의 계산기 🤔
오라클의 실적 발표에서 시장을 열광시킨 것은 과거의 성과가 아닌 미래의 ‘약속’이었습니다. 경영진은 향후 5년간의 놀라운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핵심 성장 동력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racle Cloud Infrastructure, OCI) 부문은 2026 회계연도에만 77% 성장하여 매출 180억 달러(약 24조 8,400억 원)를 달성하고, 이후 4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 1,440억 달러(약 198조 7,2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이미 확보된 RPO에 기반한 가시성 높은 약속이었기에 시장은 더욱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이 눈부신 미래의 약속과 달리, ‘현재’의 성적표는 다소 미지근했습니다.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약 149억 3,000만 달러(약 20조 6,000억 원)로 시장 컨센서스인 150억 1,000만 달러(약 20조 7,100억 원)를 소폭 하회했으며,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주당순이익(EPS)은 $1.47로 예상치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지 못하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투자자들은 당장의 성적표가 아닌, 미래에 받게 될 ‘성장’이라는 거대한 상장에 모든 시선을 고정한 것입니다.
이는 오라클이 투자자들에게 ‘내일의 파이(Jam Tomorrow)’ 전략을 성공적으로 설득했음을 보여줍니다. 마치 이제 막 대박 영화 계약을 따낸 배우에게 “그래서 지금 당장 수입은 얼마인데?”라고 묻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기업을 ‘완벽함’의 영역에 올려놓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약속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모두 선반영된 만큼, 향후 데이터센터 구축 지연이나 AI 수요 둔화 등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 속 ‘빨간불’ 찾기: 성장을 위한 막대한 현금 소각 😫
화려한 매출 성장 뒤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따릅니다. 오라클의 손익계산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성장의 대가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분기 총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12% 증가하는 동안, 총 영업비용은 14%로 더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약 29억 달러(약 4조 원)로 전년 동기와 거의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외형 성장을 위해 수익성이 희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 즉 ‘마진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더욱 중요한 경고 신호는 현금흐름표에서 발견됩니다. 표면적으로 지난 12개월간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15억 달러(약 29조 6,700억 원)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영광일 뿐, 이번 분기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AI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쏟아부은 자본적 지출(CapEx)이 무려 85억 달러(약 11조 7,300억 원)에 달하면서, 분기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마이너스(-) 3억 6,2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마치 엄청난 연봉을 받는 전문직 종사자가 새 저택을 짓는 데 너무 많은 돈을 쓴 나머지, 정작 생활비가 부족해 저축을 깨서 쓰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물론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재무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행위입니다. 이미 오라클의 부채비율(Debt/Equity Ratio)은 441.5%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합니다. 결국 오라클은 단기 수익성을 희생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땅따먹기’ 전쟁에 참전한 셈입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막대한 과실을 얻겠지만, 만약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낮은 마진의 계약을 맺고 있다면, 이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입니다.

반대편의 목소리: 신중론자와 내부자의 시그널 🧐⚖️
‘보유’와 ‘매도’의 논리: 왜 모두가 환호하지 않는가? 📉
시장이 오라클의 미래에 열광하는 동안, 일부 경험 많은 분석가들은 차분하게 ‘보유(Hold)’ 또는 심지어 ‘매도(Sell)’ 의견을 내놓으며 파티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그들의 핵심 논리는 바로 ‘밸류에이션 부담’입니다. 현재 오라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6.7배로, 지난 10년 평균인 26.8배를 크게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가에 미래의 모든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이미 반영되어 있다는 의미이며,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투자 리서치 기관 잭스(Zacks)는 오라클에 대해 ‘보유(Hold)’ 등급을 부여하고 있으며,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와 씨티(Citi) 역시 각각 ‘보유’, ‘중립(Neutral)’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오라클의 실패를 예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공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현재 가격은 그 성공에 대한 대가를 이미 모두 지불한 상태이므로 신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이미 너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명품 가방을 굳이 지금 살 필요가 있을까?”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에 거대한 실행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전 세계에 걸쳐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계획대로 건설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며, 경영진 스스로도 공급망 제약이 계속되고 있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또한,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라는 거인들이 버티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회의론자들은 이 거인들과의 장기적인 체력전에서 오라클이 계속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내부자 매도와 기관의 저울질: ‘스마트 머니’는 무엇을 말하는가?
기업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바로 그 기업의 임원들입니다. 이들의 주식 거래 내역은 투자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최근 12개월간 오라클 내부자들은 단 3건의 주식 매수와 무려 41건의 매도를 기록했으며, 순매도된 주식 수는 1,350만 주를 넘어섭니다. 물론 내부자 매도에는 세금, 자산 다각화 등 다양한 개인적 사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수와 매도 사이의 극심한 불균형은, 적어도 회사 내부에서는 현재 주가가 차익 실현하기에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좀 더 복합적입니다. 최근 분기 전체 기관 투자자들의 총 보유 지분은 1.63% 소폭 증가했지만, ‘큰손’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와 JP모건(JPMorgan)은 오라클 지분을 늘린 반면, 또 다른 거대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과 피델리티(FMR LLC)는 오히려 지분을 축소했습니다. 또한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가치 투자의 대가들은 이미 오래전에 오라클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이러한 ‘스마트 머니’의 엇갈린 행보는 오라클이 이제 전통적인 우량주가 아닌, 성장주와 가치주 투자자들 사이의 치열한 논쟁의 장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성장 투자자들은 AI라는 거대한 서사를 믿고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으며, 가치 투자자들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재무적 부담을 우려하며 발을 빼고 있습니다. 내부자들은 꾸준히 이익을 실현하고 있고, 기관들은 각자의 투자 철학에 따라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거인의 어깨 위, 기회와 위험의 양날의 검
오라클 실적 분석 2부작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기업이 가진 두 개의 얼굴을 목격했습니다. 1부에서는 4,550억 달러의 수주 잔고와 AI 혁명의 중심에 선 전략적 위치를 통해 강력한 강세론의 근거를 확인했습니다. 반면 2부에서는 그 거대한 전환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 즉 수익성 악화, 마이너스 현금흐름, 높은 밸류에이션, 그리고 내부자들의 차익 실현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결국 오라클에 대한 투자는 ‘기회’와 ‘위험’이라는 양날의 검 위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기회는 데이터베이스 제왕의 AI 인프라 시장 제패라는 거대한 서사이며, 위험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재무적 외줄타기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입니다.
이 글을 읽는 투자자분들께 직접적인 매수나 매도 추천 대신,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몇 가지 질문으로 결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당신은 다음 분기를 보고 투자하십니까, 아니면 다음 5년을 보고 투자하십니까? 당신의 위험 감수 성향은 잠재적인 상승폭만큼이나 극적인 하락 가능성도 내포한 ‘완벽함에 대한 베팅’과 일치합니까? 당신은 내부자들의 단기적인 차익 실현 신호보다 경영진의 장기적인 비전을 더 신뢰하십니까? 최종적인 투자 판단은 이 질문들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각자의 투자 철학과 원칙에 따라 내려져야 할 것입니다.
출처:
- Oracle Announces Fiscal Year 2026 First Quarter Financial Results (2025. 9. 9.)
- Nasdaq, Oracle Corporation Common Stock (ORCL) Insider Activity
- Zacks Equity Research, Seeking Alpha 등 애널리스트 리포트 종합
